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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기록, 좌표, 그리고 방향: 우리가 기술을 기록하는 이유

기록, 좌표, 그리고 방향: 우리가 기술을 기록하는 이유

들어가며

생명이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라 예측이 어렵다. 하물며 인간이 가장 관심이 많은 생명체, 인간 스스로도 아직 전부 다 알지 못한다.

나비어리는 앵무새의 생명 주기를 다루는 브리딩 센터다. 앵무새를 정성껏 키우고, 그들이 번식하여 낳은 새로운 생명을 건강하게 키워 분양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매일 밥을 주고, 행동을 관찰하고,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겉보기엔 똑같은 루틴 같지만, 실제로는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어제와 오늘 섭취한 식단의 비율이 다르고, 산란한 알의 미세한 무게 변화가 다르다. 실제로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인공부화의 가장 큰 핵심이다. 이는 개체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사람이 이 모든 변수를 기억할 수 없다.

즉, 브리더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관리 방식으로는 절대 생태계를 올바르게 확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종이와 엑셀에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은 어떤가?

좋다. 하지만 정보가 파편화되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지며, 브리더가 관찰하고 생각할 시간을 데이터 정리에 빼앗기게 만든다.

나비어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두 명의 브리더가 설립한 곳이다. 우리는 이 비효율을, 그리고 불확실성을 개선할 수 있다.

기록은 좌표가 되고, 방향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브리딩 센터 전체를 아우르는 자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 가치는 바로 기록이다.

기록이라는 것은 단편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파편들을 모으고,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모이고 모여 하나의 도서관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명의 변화라는 수많은 점을 찍어 촘촘하게 연결하면, 비로소 선이 되고 방향이 보인다. 우리는 그래서 기록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찾아 나아가려 한다.

기록은 좌표가 되고, 좌표는 방향이 됩니다.

우리 나비어리 테크 블로그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장이다. 우리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기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왜 테크 블로그인가

그렇다면 앵무새 브리딩 센터에서 시스템을 만든건 알겠는데, 왜 굳이 기술 블로그를 운영할까?

‘투명하게 운영하고 싶어서’ 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개발자였던 나의 지적인 허영심과 자만일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담백하고 미니멀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브리딩 센터는 그냥 공산품이나 전자제품 같은것을 파는 것이 아니다. 특별하고 대단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어도 충분히 훌륭한 앵무새를 길러내고 분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건 신뢰다. 고객이 브리딩 센터에서 얻어가는 가치는 평생을 함께할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비어리의 브리더 역시 번식하는 앵무새 외에도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는 카이큐 두 마리가 있다. 처음 이 아이들을 분양받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역시 ‘내가 이 분양자를 믿을 수 있는가’였다.

나비어리는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진정성과 시스템을 다루는 기술을 투명하게 이 아카이브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마무리

나비어리 테크 블로그는 자랑거리를 늘어놓는 곳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생명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시스템화 하고자 하는, 어쩌면 틀린 방향으로도 나갈 수 있는 엔지니어링의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의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웃음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신뢰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비어리의 철학에 공감하거나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이 블로그는 오픈소스 로 운영되고 있어 언제든지 코드를 보고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겠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나비어리의 기술 아카이브를 운영해보려 한다.

나비어리 브리더 황창환 올림.

#나비어리 #개발 철학 #기술 블로그 #앵무새 브리딩 센터